이민자의 슬기로운 호주생활 이야기/호주 정착기 및 호주 기초 생활정보

쉐프의 꿈과 이야기 그리고 워라밸(Work Life Balance)

BruceKim91 2020. 6. 3. 13:02
반응형

오늘의 한마디

“내가 옳게 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그것을 지금 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조지트 모스바처-

최근 몇 년 새에 한국에서부터 많이 들려오던 단어 워라밸. 근데 왜 하필 work 가 제일 맨 앞에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우연이라고 보지 않는다. Life를 효과적으로 Balance 있게 보람차게 유지하려면 모름지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마음속 저 깊은 곳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러한 사람이고.

나의 유년시절부터 나는 먹는 것을 무척 좋아해 어릴 적부터 살집이 꽤나 있었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자연스럽게 여러 종류의 음식을 맛보고 싶어 졌고, 어린 나이었지만 조금씩 나의 호기심을 탐구해 나가다 보니 어느새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막연 하지만 '요리사'라고 썼던 기억이 있다.

확실하게 '앞으로 나는 요리사가 되어야지'라고 마음먹은 건 중학교 3 학년 때였던 것 같다. 그 당시부터 특성화 고등학교라는 것들이 하나 둘 설립이 되기 시작하던 때였어서본인이 원하는 진로를 정한 친구들은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조금 더 빨리 자신의 꿈에 가까워지며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나를 설레게 하였다. 그래서 나 또한 조리, 요리에 특화된 고등학교에 지원하려 했는데 이럴 수가 담임 선생님께서는 나한테 나의 성적으로는 지원도 못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철없지만 나의 초 중학교 생활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2002 월드컵과 함께 붐이 일어난 한국 축구와 방과 후 숙제는 뒷전 온라인게임 FPS 서든어택이 전부였었다. 이 말인즉슨, 공부를 1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다지 노력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나는 희망하였던 요리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냥 평범한 실업계 상업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비록 나의 앞으로의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이 조금은 나의 꿈과 는 동떨어지겠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 자격증을 따고 요리도 공부해서 고등학교 졸업 후 멋진 요리사가 되어야지 라고.

다행히 고등학교 3년 동안 나의 모든 담임 선생님들께서는 내가 일찍 진로를 정한 것을 기특해하시며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 나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때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는데 필기, 실기 시험이 대부분 평일 낮시간에 치러졌는데, 선생님들께서 편의를 봐주셔서 자격증을 당당하게 딸 수 있었다. 그렇게 고3이 되고 여느 학생들처럼 나도 수능을 준비하게 되며 잠시 요리를 쉬며 공부에 전념했다. 왜냐고? 그 당시 나는 상업고등학교였고 나 이외의 학생들은 요리에 대한 꿈도 없었고 내가 느끼기엔 전교에 나 혼자만 요리사가 되려고 생각하며 학교를 다녔던 것 같다. 그러한 이유로 나에게는 보다 전문성이 있는 곳에 진학하여나의 요리에 대한 갈증을 해결시켜줄 수 있는 그러한 장소가 그 당시엔 절실했던 것 같다. 뭐랄까 멘토도 찾고 나의 Cuisne 그러니까 한식 양식 중식 일식 같은 어떠한 분야를 좀 더 파고 들것인가에 대해 고찰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최고는 아니지만 원하는 호텔조리학과의 대학에 진학한 뒤 나름 재미있고 열심히 배우며 학교를 다녔다. 그 후 1년 여느 20대 남자아이들처럼 나도 군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나에게는 몇 가지의 조리기능사 자격증들과 호텔조리학과 대학 재학 중이라는 어드벤티지가 있어서 큰 이슈 없이 무탈하게 취사병 입대했다. 군 입대 후 대량 조리를 하며 보고 배우고 느끼는 것도 많이 있었다. 그렇게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말년 병장 당시 나는 전역 후에 나의 요리사의 커리어를 앞으로 어떻게 지내가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었다. 근데 그 당시 어머니와 그리고 군대에 있던 친한 선임에게 호주 워킹홀리데이라는 프로그램을 들었고 해외에서 요리 경험과 부족한 영어를 늘려오자!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던 나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하였고 전역 후 3개월 즈음 뒤에 나는 호주에 도착을 하였다.

그 후로부터 약 7년여간 나는 단 한 번도 손에서 칼을 놓아본 적이 없었다. 음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이 COVID-19 사태로 무급휴가를 강제적으로 받기 전까진 그야말로 경주마처럼 달려왔던 것 같다. 물론 후회는 정말 0.1%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왔던 나의 7년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실력이 있기 때문에 요리사라는 직업으로 현재의 위치에 올라오게 되고 호주에서 살 수 있는 권리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셰프로서 지나온 삶이 전혀 후회되지 않는다. 그리고 중요한 건 앞으로도 나는 계속 요리사로서 일을 할 것이다. 아직도 요리하는 게 재밌고 정말 그 바쁠 때 오더 용지가 뿜어져 나오는 그 시간과 1분 1초를 다투는 플레이팅 여기저기서 외치는 콜들.. 그 바쁜 서비스에 나는 무아의 지경에 빠진다. 후회라는 단어와는 별개로 가끔은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처음 듣는 이솝우화나 동화처럼 신기하다. 왜냐면 그 사람들은 내가 정말 잘 모르고 알지 못하는 분야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들 또한 나처럼 느끼지 않을까? 요리와 관련된 주제로 넘어오고 나의 의견과 생각들이 하나하나 나오기 시작하면 그들도 그들이 모르는 신기한 세상에 내가 초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결국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Work를 해나가며 그를 통해 공생하며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주고받아 함께 Life의 Balance를 찾아가는 것 같다.

반응형